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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유산’이라는 착각과 진실

한의학이 한국 고유의 유산이라는 믿음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매우 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한의학이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의술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실제 역사적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한의학의 명칭 변화와 그 의미

1986년 대한한의사협회의 요청으로 한의학의 ‘한(韓)’은 중국을 의미하는 ‘漢’에서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韓’으로 바뀌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한의학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변화였다. 예전에는 ‘한의학’을 ‘Oriental Medicine’이라고 불렀으며, 대학의 한의학과도 ‘College of Oriental Medicine’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현재도 한국한의학연구원은 ‘Korean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의학이 한국 고유의 의학이 아닌 동양의학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국어사전의 정의 변화

국어사전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다. 1938년부터 1991년까지의 국어사전에서는 ‘한방(韓方)’을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정의는 당시 사람들이 한의학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고유’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은 1996년 이후부터다. 1986년 이전까지 한의학은 중국에서 전래된 의술로 여겨졌으며, 이후 갑작스럽게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는 한의계의 전략적인 명칭 변경과 관련이 깊다.

일제강점기와 한의학

한의계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의 박해로 한의학이 탄압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한반도에서 주권을 잃기 전인 1882년에 혜민서가, 1894년에 전의감이 폐지되었다. 이는 일본의 지배를 받기 전 자주적인 결정이었다. 고종은 1884년 서양의사 알렌이 민영익을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서양의학에 감명을 받아 한의학 교육을 중단하고 서양의학교육을 시작했다.

민영익 사건과 서양의학의 도입

1884년 민영익이 중상을 입었을 때, 서양의사 알렌은 한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치료하여 생명을 구했다. 이는 서양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의사들은 민영익의 상처에 송진 꿀을 사용하려 했으나, 알렌은 외과 수술을 통해 민영익의 생명을 구했다. 이후 민영익은 한의사들의 권유로 개고기를 섭취하며 회복되었지만, 이는 서양의학의 기초적인 외과술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서양의학의 도입과 한의학의 쇠퇴

고종은 1886년 제중원을 설립해 서양의학교육을 시작했으며, 1908년 세브란스병원의학교에서 최초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899년에는 <의학교 관제>를 반포하고 서양의학을 가르치는 의학교를 설립해 의학생을 양성했다. 이는 서양의학 도입을 시급한 개명운동으로 여긴 독립회원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동제의학교의 설립과 한의학의 한계

1904년 고종은 한의사들의 요청을 수용해 동제의학교 설립을 승인했다. 그러나 동제의학교는 3년간 운영되었고, 1년 만에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한의학 부흥을 목적이 아닌, 한의사들의 요구에 허가를 내어 준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의 한의학 폐기와 우리의 현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학을 도입하며 한의학을 폐기했다. 일본이 한의학을 폐기한 이유는 한의학이 중국이나 조선의 것이라고 여겨서가 아니라, 서양의학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도 한의사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은 근대의학을 교육받은 의사만을 인정하고 한의사를 차별했다. 이는 한의학이 서양의학에 비해 열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지, 한의학이 조선 민족의 것이라고 여겨서가 아니다.

한의학의 민족주의적 재해석

현대에 들어 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유산이라는 주장이 대두된 배경에는 민족주의적 재해석이 있다. 한의계는 한의학의 설자리가 좁아지자 민족성과 반일감정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인명을 다루는 의학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의학이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의학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결론

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유산이라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인식이다. 한의학은 중국에서 전래된 의술이며, 현대 한국 사회에서의 인식 변화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의학에서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 문헌

과의연 블로그 글을 수정하여 다시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https://blog.naver.com/i-sbm/220507919390)

기창덕. (1994) 의학교육의 현대화 과정. 대한의사학회 춘계학술대회
여인석, 박윤재, 이경록, 박형우. (2002) 한국 의사면허제도의 정착과정. 의사학 11:2
신동원. (2014) 조선의약생활사. 들녁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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